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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충성 김

오종식 - 신사관(新史觀)의 근본문제




현대처럼 새로운 사관이 요청되는 시기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비단 유물사관에 대한 불만이나 반동에서의 지향 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세기적 전환과정이 성격 짓는 역사적 현실이 매피스토적 조소로써 인간의 역사적 사명과 창조적 능력에 대한 대결을 강요하는 배전(排戰 : 물리치는 싸움)이 아닐까. 인간을 역사적 현존재로서 규정한다면 이 도전은 인간이 인간 자체에 대한 도전이 되는 것으로 이것은 자아의 분열을, 운명의 비극을 의미한다. 분열 운명의 비극을 의식한다는 것은 벌써 이러한 것의 초극을 예고하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사관에 대한 요망은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기술하는데의 사학적 근거를 얻자는 것만이 아니요 과거를 평가함으로써 미래를 극복하려는 발전적 비약적 창조적 모티브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역사는 세계에 있어서 전개되는 것이므로 새로운 역사관은 새로운 세계관적 기초에 서지 않으면 아니되며 모든 역사적 영위는 인간을 떠나서는 불가능하므로 새로운 역사관은 다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자각 새로운 인생관의 파악 없이는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처럼 현대 지식인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을 것이다. 서양근세사는 인간의 자아발달사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와서 가장 심절히 인간문제가 탐구되고 논의되는 소이연(所以然 : 그러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근세 서구인은 신 대신에 자연을 대치하였고 신격 대신에 인격을 대치하였고 신앙과 기적 대신에 합리적 지성과 기계적 장치를 대치하였다. 일절의 초월적 존재는 인정치 않았다. 실험과 관찰에 의한 합리적 체계 아닌 아무런 이설도 가치가 없다. 인간은 벌써 신의 전신(全身)이 아니고 한개의 원자적 존재이다. 그 자체가 벌써 절대적 존재이다.


자아 이외에 절대적 존재란 없다. 이러한 것이 서구 근대정신의 일표징인 바 인간의 기계론적 사변적 형이상학의 제경향과 조류를 나타내게 하였으니 여기에 서구 근대정신의 자기소외와 현대인간의 위기가 배태되었던 것이다.


인간기계론적 긍지는 기계의 인간지배현상을 형이상학적 경향은 순환론적 자기도취로 현실과의 괴리를 격성했을 뿐이다. 따라서 자아의 절대성은 붕괴하여 물질과 정신의 분화 분열 상극을 조장하였으니 맑스의 노동가치설, 계급이론이니, 니체의 반도덕론, 가치개가설은 각각 물질적 정신적 위기에 대한 시대적 항쟁이라고 볼 것이다.


또한가지 유의할 것은 기계론적 경향이나 형이상학적 조류나 그것을 일관한 태도는 인간을 어디까지나 이성적 합리적 인식의 「대상」으로서 취급하였다는데에 기본적 결함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 이르러 인간을 객관적 존재로 또는 합리적 인식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인간을 주체적 존재로서 파악하려는 계기를 이해할 수가 있다. 인간 존재의 주체적 파악이라는 것은 인식이라기보담 자각이요 원자론적 합이론적 자각보담 인격적 실천적 자각이어야 할지니 여기에 인간의 주체성은 행위적 존재로서 윤리적 성격을 띠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윤리의 문제는 현대의 위기에 처한 인간이 모든 분야에 있어서 그것을 극복하는데의 원칙이 되는 바 새로운 사관은 윤리관적 세계관 윤리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주체성 파악 없이는 수립할 수 없을 것이다.


1949.03.07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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