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충성 김

범부 김정설 著 <화랑외사> 복각

최종 수정일: 9월 6일


1954년, 한국 전쟁을 전후한 혼란의 시기에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하게 남겨진 과제는 바로 국민 일반의 정신적, 도덕적 타락상을 극복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많은 민족주의 사상가들은 그러한 국민의 정신적 기초를 한민족이 가장 융성했던 신라의 화랑도로부터 구하려고 하였습니다. 고대 신라, 혹은 그 이전의 단군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민족의 고유한 정신으로 화랑도를 호명하여 국민정신을 통합하고 새로운 국민국가의 윤리적 기반을 창출하려 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던 인물이 바로 이 책 <화랑외사>의 저자인 김범부 선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 김동리 선생의 형제이기도 한 김범부 선생은 1897년 신라 문화의 본산이라 할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난 인물로, 어려서부터 한민족의 전통사상 뿐만 아니라 불교사상을 비롯한 동양의 전통철학, 더 나아가 헤겔 철학 등의 서양철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동서양의 사상을 폭넓게 섭취 소화했던 그였지만, 식민지의 조선인으로서 그의 관심은 민족의 정신적, 사상적 독립과, 그에 필요한 '국민윤리'의 확립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를 단군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민족 고유의 '풍류도'에 있다고 추측하며, 그 풍류도의 계보가 신라시대의 화랑에서 꽃을 피웠고, 다시 이 정신이 전승되어 근래의 동학사상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가 주장한 풍류정신이 결국 신라의 '화랑'을 매개로 멀리는 단군, 가깝게는 동학과 연결되는 것 만큼, 범부 김정설은 영국의 기사도, 일본의 무사도에 대응하는 한국적 윤리, 한국적 종교사상의 표상으로 화랑도정신을 제시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화랑의 정신과 문화에 대한 풍부한 문헌적 자료가 부재한 만큼, 화랑도정신을 현대의 국민윤리와 접목시켜 새롭게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김범부 선생은 본 저서, <화랑외사>를 통해 잃어버린 화랑의 역사를 현시점에서 되새겨 보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이 저서 <화랑외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화랑이었거나 신라시대에 화랑의 정신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이들은 모두 전란의 시대에 나라를 구하는 비범한 군사적 영웅의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종교적인 신앙심은 물론 예술적, 미학적 재능 또한 가지고 있는 전인적 형상의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신앙과 삶과 예술은 결코 별다른 것이 아니며, 구국의 삶과 실천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결국에 나라를 위한 희생에 자신의 신앙과 사상과 모든 육체적, 정신적 역량을 귀일시켜 초개와 같이 생명을 버리는데 삶의 미학을 찾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비록 문헌상으로나, 유적으로나, 과거 신라시대 화랑의 모습을 탐구하기 어려운 조건에서도 김범부 선생은 수천년 전 이 땅에 살았던 화랑을 생생한 모습으로, 마치 우리 앞에 살아 숨쉬며 움직이는 신화적 존재로 재현하는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선배라 할 수 있는 화랑의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고, 그들이 추구한 삶과 죽음, 건전한 사생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글과 한자가 혼용된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는데 힘을 써준 민족문제연구회의 벗인 최 군, 표지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원 저서의 표지를 최대한 복각하여 재현한 김 군의 공로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들의 노고만큼 이 책이 민족청년들의 삶의 좌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지대한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Comments


bottom of page